포스트시즌이 시작된 지금, 20년을 이어온 한 작가의 가상 프로야구 세계관 정주행 가이드
가을은 야구의 계절이다. 어제, 2026년 9월 29일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이 와일드카드 시리즈로 막을 올렸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을 야구가 한창이다. KBO 역시 가을의 주인공을 가리는 시즌으로 접어들었다. 한 해 중 야구가 가장 뜨거운 시기, 야구가 고픈 사람에게 경기 사이의 시간을 채워줄 것을 하나 권한다. 야구만화다.
그중에서도 한 작가의 세계를 소개한다. 마블에 어벤저스가 있고 DC에 저스티스 리그가 있다면, 한국 야구만화에는 최훈 유니버스가 있다. 한 명의 작가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20년에 걸쳐 하나의 가상 프로야구 리그를 만들어왔다. 같은 세계관 안에서 팀이 이어지고, 선수가 나이 들고, 신인이 베테랑이 되고, 감독이 교체된다. 한 작품의 조연이 다음 작품의 주연이 되기도 한다. 이 방대한 세계관에 처음 발을 들이는 사람을 위해, 어디서부터 어떤 순서로 보면 좋은지 정리했다.

먼저, 최훈이라는 작가
최훈은 1972년생 만화가다. MLB 카툰으로 이름을 알리고, 프로야구 카툰으로 대표적인 야구 웹툰 작가가 됐다. KBO 각 구단을 동물과 캐릭터로 의인화한 그의 그림은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봤을 정도로 대중적이다.
그의 진짜 저력은 픽션에 있다. 실제 KBO를 소재로 하되, 가상의 팀과 선수로 이루어진 독자적인 프로야구 리그를 창조했다. 이 가상 리그가 여러 작품에 걸쳐 이어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을 이루게 됐다. 이것이 흔히 GM 시리즈, 또는 최훈 유니버스라 불리는 세계다.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최훈 작가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시작하고 떡밥을 잘 뿌리지만, 결말을 급하게 맺는 경향이 있다는 평을 오래 들어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조루 엔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니 각 작품의 결말보다 세계관이 이어지는 흐름 자체를 즐기는 것이, 이 유니버스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시간순으로 보는 유니버스 (연재 순서)
이 세계관은 연재된 순서대로 보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각 작품이 앞 작품의 결과 위에 쌓이기 때문이다.
1. GM (2007년~)
모든 것의 시작. 제목의 GM은 제너럴 매니저, 즉 단장을 뜻한다. 선수가 아니라 팀을 운영하는 프런트의 시선에서 프로야구를 그린 독특한 작품이다. 트레이드, 드래프트, 연봉 협상, 구단 매각 같은 야구의 이면을 다룬다. 이 작품에서 등장한 가상의 팀들과 인물들이 이후 모든 작품의 뿌리가 된다. 다만 결말이 급하게 마무리된 대표적인 작품이라, 세계관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2. 클로저 이상용
GM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후속작. 이번엔 프런트가 아니라 선수, 그중에서도 마무리 투수(클로저)인 이상용이 주인공이다. GM이 아쉬운 결말로 실망을 준 뒤 나온 작품인데, 오히려 이 작품으로 많은 팬이 돌아왔을 만큼 평가가 좋았다. 스포츠동아 연재로 연재 주기도 안정적이었다. 세계관에 본격 입문하기 좋은 작품이다.
3. GM : 드래프트의 날
다시 단장 시리즈로 돌아온 작품. 신인 드래프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유망주를 어떻게 뽑고 키우는가라는, 야구의 또 다른 이면을 다룬다.
4. 프로야구생존기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 분투하는 선수 노영웅이 주인공이다. 앞선 작품들의 인물과 팀이 총집합하며 세계관이 가장 두터워지는 시기다. 다만 작가가 응원하는 LG를 모티브로 한 팀을 편애한다는 논쟁이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5. 야구의 정치 (2026년 현재 연재 중)
최신작. 이번엔 최훈이 스토리를 맡고 작화는 다른 작가(윤성식)가 담당한다. 제목 그대로 야구를 둘러싼 정치를 다룬다. 20년 세계관의 현재진행형이다.



어떻게 볼 것인가 (추천 순서)
정주행을 원한다면 연재 순서, 즉 위의 1번부터 5번 순서가 정석이다. 세계관이 쌓이는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클로저 이상용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GM은 세계관의 시작이지만 결말이 아쉽고 그림도 초기작이라 진입 장벽이 있다. 반면 클로저 이상용은 선수 개인의 성장 드라마라 몰입하기 쉽고, 완성도도 높다. 여기서 재미를 느낀 뒤 GM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계관의 뿌리를 확인하고, 이후 작품으로 내려오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프런트와 구단 운영에 관심이 많다면 GM과 GM : 드래프트의 날을, 선수의 드라마를 원한다면 클로저 이상용과 프로야구생존기를 중심에 두면 된다.
볼 수 있는 곳
최훈의 야구 시리즈는 주로 스포츠동아 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됐다. 클로저 이상용은 스포츠동아에서, GM : 드래프트의 날과 프로야구생존기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돼 있어, 클로저 이상용과 프로야구생존기는 종이책으로도 소장할 수 있다. 최신작 야구의 정치는 현재 연재 중이니 연재처를 확인하면 된다.
정확한 연재처와 무료 여부는 시기에 따라 바뀌므로, 카카오페이지와 스포츠동아에서 최훈 또는 각 작품명을 검색해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에디터’s 노트
한 명의 작가가 20년 동안 하나의 세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그사이 등장인물들은 실제 시간처럼 나이를 먹고, 신인이던 선수가 베테랑이 되고, 은퇴하고, 감독이 된다. 어떤 조연은 다음 작품에서 주연으로 승격하고, 어떤 스타는 조용히 세계관 뒤편으로 사라진다. 이 지속성 자체가 최훈 유니버스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완벽한 세계는 아니다. 급한 결말, 설정 충돌, 특정 팀 편애 같은 약점은 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모든 흠에도 불구하고, 20년간 이 리그를 떠나지 못하는 팬들이 있다. 좋은 이야기는 완벽해서가 아니라, 계속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
가을 야구가 끝나면 긴 비시즌이 온다. 실제 야구가 멈추는 그 계절에, 이 가상의 리그는 여전히 돌아간다. 실제 KBO만큼이나 긴 역사를 가진 또 하나의 리그가, 언제든 정주행을 기다리고 있다.
작품별 평가와 논쟁적 지점은 팬덤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며, 이 글은 입문자를 위한 개괄적 안내입니다.
최훈 야구만화 유니버스 (GM 시리즈) | 2007년~현재 연재 중
연재 순서: GM → 클로저 이상용 → GM : 드래프트의 날 → 프로야구생존기 → 야구의 정치
입문 추천 순서: 클로저 이상용 → GM → 이후 작품 순차
볼 수 있는 곳: 카카오페이지, 스포츠동아 웹툰, 단행본 (연재처는 시기별 확인 권장)
특징: 20년간 이어진 단일 세계관, 프런트와 선수를 오가는 시점, 인물의 실시간 성장


